마케팅 읽어주는 남자 ③ 컬러마케팅
코카콜라 하면 정열의 붉은색, 카카오 하면 밝고 친근한 노란색이 떠오른다.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인지도가 특정 색깔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를 컬러마케팅이라고 한다. 이는 직접판매업계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메시지와 정체성을 명확히 부여하고 여기에 맞는 색깔을 통해 차별적인 가치를 전달한다.
에디터 _ 두영준
소비자의 선택, ‘컬러’에 달렸다
컬러마케팅은 죽어가는 기업을 살리기도 했다. 미국의 애플사는 자사의 컴퓨터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품에 화사한 색깔을 입히고, 컴퓨터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컬러마케팅은 가전제품, 휴대폰, IT뿐만 아니라 패션 잡화, 화장품, 식품, 가구, 자동차 등과 같이 산업 전반에 퍼져있다. 백색가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전제품에 빨강, 파랑, 검정 등 다양한 색상이 쓰이면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은 데 이어,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도 강렬한 색상이 도입되고 있다. 그동안 휴대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IT 제품들은 세련되고 견고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은색, 회색 등을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톡톡 튀는 이미지로 변신하기 위해 과감히 청색이나 빨간색 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기업들이 제품을 제작할 때 색깔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컬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컬러 리서치 연구소(ICR)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초기 90초 안에 잠재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상품이 좋고 싫다는 판단의 60~90% 정도가 컬러에 의해 좌우되고, 오감(五感) 중 시각이 상품의 인식과 구매 결정에 87%의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컬러마케팅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들이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패션잡지,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색상 매체에 길들여진 이들은 컬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젊은 세대들은 화려한 색의 옷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통해 개성을 표출한다. 그들의 컬러 감각은 비단 외모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IT기기,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순한 ‘상품’이 아닌 ‘컬러’를 구매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구매 요인이 제품의 기능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컬러마케팅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 컬러마케팅을 유행이 아닌, 다시 말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대세로 보고, 일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청량하거나, 상큼하거나, 섹시하거나
여러 가지 색깔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색깔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결정해야 한다. 기업 고유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에도 효과적이고, 제품의 특성에 맞는 컬러가 마케팅 성공 여부에 매우 주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네임, 슬로건 등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컬러는 이보다 더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된다.
예를 들어 한국암웨이, 애터미,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 등은 로고에 사용된 파란색이 떠오른다. 기업들이 로고에 파란색을 자주 쓰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고,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상쾌함, 신선함, 물, 차가움 등이나 냉정, 신비로움 등을 느끼게 한다. 동아오츠카의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파란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기만 해도 청량함이 느껴진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은 자연스레 초록색이 연상된다. 자연의 깨끗함, 순수함과 가장 닮은 색이고, 평화와 안전, 중립을 상징하며 우리 눈에 가장 편안함을 주는 색이다. 이 밖에도 안전과 진행 및 구급·구호의 뜻으로 쓰여 대피장소나 그 방향, 비상구, 진행신호기, 구급상자, 보호 기구 상자, 들것의 위치, 구호소 등의 표지로 사용한다.
멜라루카인터내셔날코리아는 모든 제품은 반드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농축을 통해 폐기물을 줄여 환경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의 로고 역시 초록색이고, ‘멜라루카’하면 떠오르는 색도 초록이다. 한국허벌라이프, 암웨이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트리라이트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도테라코리아는 보라색을 아이덴티티 색깔로 내세우고 있다. 도테라는 2008년 고품질의 에센셜 오일을 전 세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설립됐다. 에센셜 오일의 원료로 사용되는 라벤더 농장을 보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테라가 보라색을 사용하는 이유다.
키아리코리아 역시 보라색을 대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제품인 프라임 젤, 키아리 에너지 역시 모두 보라색을 띠는데, 이는 키아리의 시그니처 원료인 마키베리가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마키베리는 칠레의 파타고니아 산에서 새로 발견된 슈퍼프루트로 노화 방지 효과뿐만 아니라 놀라운 영양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중화권 기업의 경우 빨간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빨간색은 성공, 행운, 복, 다산 등과 같은 모든 좋은 것들을 의미한다. 대만 직접판매기업 토탈스위스코리아는 로고에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고, 사무실, 행사장 등에도 자주 사용할 만큼 빼놓을 수 없는 색채로 자리잡았다.
이 밖에도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다. 노랑은 검정과 배색하면 명시성과 가독성이 가장 높아 어린이 시설 주변, 어린이 용품, 통학 차량에 적용된다. 검정은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제품에 접목시키면 품위, 권위, 세련, 모던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명품점이나 귀금속 전문점, 고급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된다.
맛있는 색(色)! 경쾌한 색(色)!
컬러마케팅의 목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잘 팔리는 색을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색깔은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고, 고유한 파장과 진동수를 가지고 있어 시원하고, 따뜻하고, 배고픔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아울러 컬러는 맛, 소리, 모양 같은 다른 감각의 이미지도 함께 전달한다.
색채심리학자인 파버 비렌(Faber Biren)은 “모든 색채는 그 색상마다 인간에게 각각 다른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 상품 판매, 성격, 음식 맛까지 좌우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의 제품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특정 색만 보고도 곧바로 자사 제품을 인식하게 하는 ‘색상의 상표 자산화’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색상을 선택할 때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제품 및 브랜드의 핵심 개념과 일치하고, 제품의 특징을 잘 보완해 주며,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컬러의 빛을 발하도록 디자인 등 제품의 기본 품질이 탄탄해야 한다.
특히 컬러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품뿐만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수단 차원으로 컬러 이미지를 일원화시켜야 한다. 기업은 컬러마케팅이 제품 개발, 머천다이징, 패키지 등 제품 차원으로 한정되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광고, PR, 판촉 등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요소와의 접목은 물론 점포, 유통센터, 운송기기 등 물류 과정까지 포함시켜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