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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음식 중독, 비만 청소년의 정신까지 삼킨다

By 2025년 03월 14일No Comments

<건강 생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청장 지영미)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 아동·청소년에서 음식 중독과 정서·행동 문제가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한림대학교 박경희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음식 중독과 정서 문제의 숨겨진 연결고리

연구팀은 평균 연령 11.4세의 과체중 이상 아동·청소년 224명을 대상으로 음식 중독과 정서·행동 문제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체질량지수(BMI)가 85 백분위수 이상인 8~16세 아동·청소년으로 구성됐으며, 음식 중독 여부 및 증상은 한국판 청소년용 음식중독척도(YFAS-C)를 사용하여 평가했다. 또한, 정서·행동 평가는 한국판 청소년 행동평가척도(YSR) 설문지를 통해 우울, 불안, 공격성, 주의력 문제 등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 아동·청소년 224명 중 44명(19.6%)이 음식 중독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 중독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아동들은 비만 정도가 더 높았으며, 자존감이 낮고, 가족 간 정서적 교류와 지지 등 가족기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우울 및 불안 등 감정 문제와 충동적 행동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음식 중독 증상이 많을수록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감정·행동 문제가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비만도와 부모의 양육 태도를 보정한 후에도 문제 행동 총점과 공격성이 증가하고 학업 수행 능력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는 음식 중독이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 요인과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비만은,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심혈관질환, 당뇨병, 지방간 등의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음식 중독이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비만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비만이 동반된 아동·청소년에서 정서적 행동 문제가 동반된 아이들의 경우 음식 중독의 경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이해 및 평가, 그리고 중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기 개입과 맞춤형 치료가 필수적

음식 중독은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생리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다. 고탄수화물·고지방 음식이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해 일종의 중독 반응을 유발하며, 이러한 음식 섭취가 반복되면서 자제력을 잃고 강박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스트레스와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음식 중독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특정 음식을 과다 섭취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 가족 갈등, 사회적 압박이 강한 아동·청소년은 음식 중독 위험이 더욱 높다.

음식 중독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음식 중독이 심한 아동·청소년은 우울, 불안, 충동 조절 장애 등 다양한 정서적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학업 성취도 저하, 사회적 관계 악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비만이 지속될 경우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정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만 아동은 또래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고, 신체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을 기피하고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비만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 개입과 맞춤형 치료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정, 학교, 지역 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자녀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방식으로 양육 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 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생리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단순한 식이 조절이 아닌, 심리 상담 및 행동 교정을 병행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정서 조절 능력을 키우는 인지행동치료(CBT)와 같은 심리 치료가 음식 중독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서·행동 문제까지 두루 살펴야
정부 차원에서도 비만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급식 개선, 건강 교육 강화, 신체 활동 증진 프로그램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서 및 행동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가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건강한 식품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만 아동·청소년이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정서·행동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은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전반적인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연구를 통해 보다 정밀한 원인 분석과 효과적인 개입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정부와 교육 기관, 가정이 협력하여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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