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①
선선한 가을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면, 여름내 무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선물할 때다. 절기에 맞는 음식을 챙겨 먹듯 정성스럽게 내린 차 한 잔은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에디터 _ 정해미
한 잔의 좋은 차를 위한 수고로움
우리가 마시는 차 한 잔은 찻잎에서 우러난 1% 정도의 유효성분과 99%의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차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좋은 물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역기(西域記)』에서는 좋은 물이란 “가볍고, 맑고, 시원하고, 부드럽고, 감미롭고, 냄새가 없으며, 마시기 적당하고, 마신 후 탈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에 와서는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적절히 섞인 물을 맛있는 물로 치는데, 증류수는 미네랄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차 우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좋은 물이 준비되었다면 차 우리기에 적당한 다구(茶具)를 찾아야 한다. 다구라 함은 차를 우리는 도구를 총칭하는 말인데, 다구를 선택할 때는 값보다는 쓰기에 편리하고, 마시려는 차의 특성에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좋다.
적당한 다구를 찾았다면 차를 우리는 일만 남았다. 차를 우릴 때는 물의 온도, 물의 비율, 우리는 시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차를 우리는 물의 온도는 찻잎의 여리기에 따라 결정된다. 가늘고 어린 잎의 백차와 녹차는 낮은 온도에서 우리고, 홍차·우롱차·보이차 등 거친 잎은 높은 온도에서 우린다. 특히 우롱차나 보이차와 같이 거칠고 늙은 잎으로 만든 차는 95~100℃의 물에서 바로 우릴 때 향기가 만발한다.
차를 우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녹차의 경우 3분 이내가 좋은데, 시간이 오래되면 찻물의 맛을 쓰게 만들고 신선한 맛이 감소 된다. 우롱차의 경우에도 우리는 시간이 너무 길면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15초 미만으로 우리고, 다음 잔부터 10초씩 늘려가면서 5~10번 정도 우려 마신다.
일반적으로 녹차와 물의 비율은 1:60 정도로 한 번 우릴 때 사용하는 녹차의 양은 3g 정도로 한다. 홍차의 경우 이보다 좀 더 진한 비율로 하고, 우유와 같이 다른 재료를 섞는다면 좀 더 진하게 해야 깊은 맛의 차향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차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
차의 품질은 크게 겉으로 보여지는 모양과 시음자 개인이 시음 후 판단하는 향기와 맛으로 나눌 수 있다. 찻잎은 겉으로 보기에 윤이 나고, 잘 건조되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며, 하나하나의 크기나 모양, 색상 등이 비슷하고, 부스러기가 없는 제품이 좋다. 또한 차를 우리고 난 후 젖은 찻잎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엽저(葉底)를 살피는 것은 찻잎의 선정과 품종, 가공상태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과정이지만 초보자가 엽저만으로 차의 품질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찻잎의 모양이 고른지, 이물질은 없는지 정도만 살펴도 기본적인 차의 품질은 보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우려낸 차의 탕색을 살펴야 한다. 차의 탕색은 맑고 투명한 것이 좋다. 차탕의 색은 녹색, 황색, 홍색, 갈색 등 다양하지만 모두 맑고, 투명해야 한다. 차탕을 살폈다면 그 다음으로 맛을 본다. 맛을 보는 단계는 차의 품질을 판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단계이기도 하다. 차에 있어 ‘오미(五味)’는 매우 중요한데, 쓰고, 떫고, 달고, 짜고, 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편중되지 않은 차가 좋은 차이다.
Tip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 vs 물 대신 마실 수 없는 차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
▲ 보리·현미차 보리, 현미와 같이 곡물을 말려 만든 곡차(穀茶)는 대표적으로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다. 특히 보리차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물 대신 끓여서 상시로 먹었던 차로, 특유의 풍미가 있어 물을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보리는 몸 안 노폐물을 제거해주고 위 점막을 보호해, 전해질의 균형을 맞춰준다. 또한 현미의 쌀눈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A, C, E와 베타카로틴은 항암 물질로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 허브차 페퍼민트, 자스민, 루이보스 등과 같은 허브차도 물 대신 마셔도 괜찮다. 잎차에 많이 들어있는 탄닌은 많이 섭취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데 허브차에는 탄닌이 들어있지 않다. 또한 종류에 따라 다양한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찾아 수시로 마시면 좋다.
물 대신 마실 수 없는 차
▲ 녹차·홍차 녹차와 홍차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과하게 섭취하면 이뇨 작용으로 인해 되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질 수 있다. 또한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자기 전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 결명자차 비타민A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눈 건강과 고혈압에 좋다고 알려진 결명자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저혈압 환자들은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
▲ 둥글레차 특유의 구수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둥글레차는 폐 기능을 강화시키고 소화를 촉진시켜 물 대신 마시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평소 소화기관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