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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페트병 생수 입 대고 마셨더니 세균 ‘바글바글’

By 2025년 04월 04일No Comments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는 한 손에 쥘 수 있고, 근처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외출, 운동할 때 즐겨 찾는다. 정수기가 없는 가정이나 자취인들은 이를 대량으로 사다 놓고 마시기도 한다. 유난스러운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생수병은 입을 대고 마시거나, 차 안에 한동안 방치했다가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은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한 모금만 마셔도 세균 수 기준치 9배 넘겨

한국수자원공사는 페트병 생수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실험에 따르면 페트병 생수 뚜껑을 연 직후에는 물 1㎖당 세균 수가 단 1마리로, 사실상 무균 상태에 가까웠으나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신 뒤 측정된 수치는 900마리였다. 먹는 물 기준치(100마리)를 9배나 넘긴 것이다.

그 후 실온에 하루 방치하자 세균 수는 4만 마리로 증가했고, 여름철처럼 기온이 높을 경우 4~5시간 만에 100만 마리까지 치솟았다. 병 하나에 세균 수백만 마리가 살아 움직이는 배양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페트병에 직접 입을 대고 마시는 행위는 생각보다 큰 위생 문제를 불러온다. 입속에는 타액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세균, 음식물 잔여물, 피부 세포 등이 존재한다. 병 입구에 접촉한 이물질들이 내부로 흘러들면서 생수는 순식간에 오염된다.

세균은 병 안에서 먹이를 얻고, 폐쇄적인 구조 덕분에 습도와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또한 외부 공기 유입이 거의 없어 박테리아가 번식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세균이 증식하면서 병 속 물의 성분도 변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도(pH), 냄새, 미세한 맛의 변화가 생기고, 어떤 경우에는 부유물 형태로 세균 군집이 관찰되기도 한다.

입을 대고 마신 생수에서 증식한 세균이 실제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은 식중독의 원인이 되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페트병 직사광선 장시간 노출되면 발암물질 나와

많은 사람들은 입을 댄 생수라도 냉장고에 넣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냉장 보관은 세균의 증식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증식 ‘속도 억제’이지, 세균 자체를 없애는 건 아니다. 이미 입을 대서 오염된 병이라면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은 서서히 증식하며 살아남는다.

게다가 가정용 냉장고는 문을 자주 여닫기 때문에 온도가 자주 변동된다. 특히 여름철 냉장고 내부는 4도 이하로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위생을 보장할 수 없다. 병에 물을 덜어 마시고 바로 마개를 닫았다면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이미 입을 대고 마신 후라면 시간이 갈수록 위생은 악화된다.

더 큰 문제는 페트병 자체다. 감사원이 발표한 ‘먹는 물 관리 실태’에 따르면 생수를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을 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일부 생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중금속 안티몬이 검출됐다. 두 물질 모두 플라스틱 병의 소재에서 용출된 것이다.

PET라는 재질은 식품용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온에 반복 노출되거나 자외선을 장시간 받으면 안정성이 흔들린다. 뚜껑을 열지 않아도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특히 차량 안이나 창가에 생수를 방치하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여름철 자동차 안의 온도는 6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그 안에서 방치된 생수는 이미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닌 상태일 수 있다. 유해 물질은 물에 녹아들고, 육안이나 맛으로는 식별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위해 생수병을 수시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 운동 후 한 병을 여러 번 나눠 마시는 사람들, 사무실 책상에 하루 종일 생수를 올려두고 틈틈이 마시는 사람들 모두가 세균 번식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생수를 안전하게 마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위생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병에 입을 대지 않는 것이다. 컵이나 텀블러에 덜어 마시고, 남은 물은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만약 생수를 한 번 개봉했다면 하루를 넘기지 말고, 여름철에는 몇 시간 안에 마시고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수를 냉장 보관하더라도 반드시 입을 대지 않은 상태에서 병을 열고, 마시지 않은 남은 양만 보관해야 한다. 병 입구에 닿은 타액이나 음식물 성분이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균 증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직사광선이나 고온 환경에 생수를 방치하는 일도 피해야 한다. 차량 내부, 창가, 운동장 등에 생수를 두는 것은 아무리 병을 열지 않았더라도 위생을 보장할 수 없다.

페트병 생수는 편리함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방심하면 세균 번식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위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지금, 생수 역시 더는 ‘그냥 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입을 대는 그 짧은 순간이 물의 성분을 바꾸고, 그 결과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매번 생수를 컵에 덜어 마시는 것은 쉽지 않다. 외부 활동이 많거나, 사무실 책상 위에서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생적인 사용을 돕는 도구나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입을 대지 않고도 생수를 마실 수 있도록 돕는 위생 캡 커버나 부착형 빨대 마개 등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기존 생수병에 끼워 쓰는 방식으로, 병 입구와 입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일부 제품은 실리콘 재질로 되어 있어 세척이 가능하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환경 부담도 덜하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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