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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쪼개고, 나누는 시대

By 2024년 12월 20일No Comments

소분(小分)‧소용량(小容量)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의 패턴 역시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소분, 소용량 제품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담스러운 가격과 용량 대신, 소량으로 가볍게 소분된 각종 상품들은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1인 가구의 증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에디터 _ 정해미 │ 참고문헌_ 『2025 트렌드 모니터』

1인 가구의 등장, ‘1코노미족’을 겨냥하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2021년 33.4% (716만 6,000명), 2022년 34.5%(750만 2,000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혼자 사는 가구가 확산되면서 경제‧산업 분야에도 1인 가구가 미치는 영향력이 거세지고 있다. 혼자만의 소비를 즐기는 ‘1코노미(1인+이코노미)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이들은 소포장된 쌀과 작은 팩에 담겨있는 손질된 채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캔맥주, 소형 세탁기와 냉장고 등 작고 간결한 물품을 선호한다. 한 망에 10알이 넘는 양파나 흙이 묻은 대파 등은 단기간에 섭취하기 어렵고, 보관도 힘들어 버리기가 일쑤기 때문이다. 손질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1코노미족들이 소분된 재료를 구입하는 이유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1코노미족들을 사로잡기 위한 관련 제품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분 강국’으로 자리 잡은 일본의 대형 마트에서는 1인용 패키지로 소분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오사카 지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용량 제품은 소가구 및 1인 가구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소량으로 구매하는 만큼 신선도를 유지하고 식품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의 대표 라면 회사인 ‘닛신식품’이 라면 1팩의 포장 개수를 5개에서 3개로 줄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통기한 걱정 없이 다양한 라면을 즐길 수 있고, 회사는 제품의 크기를 줄여 매대에 다양한 제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쪼개고, 나누고, 작아지는 중

쪼개고, 나누고, 작아지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량 구매의 상징이자 대명사로 알려진 홈쇼핑마저 소분 판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그동안 ‘대용량‧다구성’으로 가성비를 극대화했던 홈쇼핑 업계가 기존에 고수해왔던 판매 방식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GS샵의 경우 속옷 15종 풀 패키지를 절반 구성으로 소분한 6종 패키지와 팬티 5종으로만 구성한 팬티 패키지 등 소용량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이 소분 구성은 그동안의 사례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반응만은 뜨거웠다. 이는 그동안 가격이나 수량에 부담을 느껴왔던 소비자들을 크게 흡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벼운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은 보험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으로 매달 내는 보험료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국민 보험’이라 불렸던 종신보험의 해지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해지가 많은 만큼 종신보험의 신(新)계약 건수도 200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은 분야가 바로 ‘소액 단기 보험(미니 보험)’이다. MZ세대를 공략한 이 같은 미니 보험은 반려견 산책, 콘서트, 해외여행, 야외 활동 등 생활 속 여러 상황에서의 상해 사고 보장 보험이나 생활 밀착형 미니 보험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선 꼭 필요한 담보를 저렴하게 단기간 보장받을 수 있어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간마저 쪼개 쓰는 ‘시성비’로 이어져…

이와 같은 흐름은 시간의 효율적 사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자 하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트렌드로 이어진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서도 ‘빨리 감기’ 배속 시청을 선택하고, 특정 노래의 속도를 빠르게 올린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의 음악을 선호하며,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본으로 시청하는 등 투입 시간 대비 높은 효율로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고물가 역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분‧소용량 제품은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분‧소용량 제품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제품 개발로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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