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Check
후원방문판매가 도입된 지 10여 년, 한때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기록했던 이 시장이 7년 연속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2025년 하반기부터 신규업체들이 다단계판매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리만코리아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업종 전환에 나서고 있으며, 후원방문판매의 장점은 사라지고 다단계판매 시장으로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에디터 _ 최민호
7년 연속 하락세에 옴니트리션 적용 기준 엄격해져
후원방문판매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요소를 모두 갖추되, 후원수당 1단계 지급방식을 가진 판매형태를 말한다. 방문판매로 신고한 후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을 벌이는 이른바 ‘무늬만 방판’을 제도권 안에 들여놓고 관리·감독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도입됐다.
후원방문판매가 도입된 이후 ▲2013년 2조 321억 원 ▲2014년 2조 8,283억 원(+39.2%) ▲2015년 2조 8,806억 원(+1.8%) 등으로 시장 규모가 해마다 커졌고 ▲2016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인 3조 3,417억 원(+16.0%)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3조 1,404억 원(-6.0%) ▲2018년 3조 1,349억 원(-0.2%) ▲2019년 3조 568억 원(-2.5%) ▲2020년 3조 384억 원(-0.6%) ▲2021년 2조 9,938억 원(-1.5%) ▲2022년 2조 8,324억 원(-5.4%) ▲2023년 2조 496억 원(-27.6%)으로 7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리만코리아의 눈부신 성장에 많은 사람들이 후원방문판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착시현상을 느꼈을 뿐이다.
그동안 후원방문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옴니트리션 적용으로 다단계판매의 3대 규제가 모두 면제된다는 점이었다. 직전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최종소비자 판매비중이 70% 이상이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후원수당 지급상한 ▲판매상품 가격규제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3대 규제가 면제됐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부터 신규로 등록하는 모든 후원방문판매업체는 공제조합 등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다단계판매에 적용되는 주요 규제를 모두 준수해야 한다. 다단계판매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후원방문판매의 장점이 사라지자 리만코리아를 비롯한 업체들은 다단계판매로 업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다단계판매 시장 확대 기대감
후원방문판매업체들이 다단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단계업체들도 앞으로 시장 상황을 전망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부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은 후원방문판매업체들의 시장 합류가 침체된 시장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후원방문판매업체가 다단계로 전환할 때 유입되는 판매원들이 새로운 판매원을 모집하고 실적을 유지하면 시장 파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단계판매 전환을 선언한 리만코리아의 경우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약 4,266억 원으로 집계돼 순위가 3위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업계 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대해 모 업체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웨이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업체들이 50%만 합류한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4~5,000억 원의 매출이 더해진다”며 “물론 사업자들이 다 따라오지는 않을테지만, 기존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단계판매 시장이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침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경쟁을 통해 제품력, 판매 전략, 인적 네트워크 관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다단계업체 관계자들은 후원방문판매업체 합류로 인한 시장 확장성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비슷하게 보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 차이가 크게 난다. 경영자나 사업자나 모두 천지 차이라고 한다. 메기 효과가 무조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단계판매로 사업을 전환해도 따라오는 사업자는 10%도 안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차별화없으면 확장성 한계
다단계판매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올해 매출이 하락하는 이유로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에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후원방문판매업체들의 다단계판매 진입으로 시장 파이가 늘어나기보다는 기존의 파이를 뺏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다단계판매 시장에 진입하는 후원방문판매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기존 업체들의 판매제품과 대동소이한것도 문제다. 기존 시장에 이미 유사한 제품이 많이 존재한다면 사업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내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계 업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이 후원방문판매업체들에게 사업자를 많이 빼앗겼다.
한동안 잠잠했는데 만약 그들이 다시 다단계판매 시장으로 들어오면 이전에 몸담고 있던 업체 사업자들을 리쿠르팅할 것”이라며 “그동안 후원방판이라며 정식 다단계판매업의 규제에서 벗어나 사업하던 사람들이 법적 규제를 철저히 따르면서 운영할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후원방문판매업체의 다단계 전환 시도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후원방문판매업체 관계자는 “다단계 사업을 10년 이상하다 후원방문판매로 넘어왔다. 물론 좋은 제품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건기식, 화장품의 경우 국산 제품으로 외국계 업체들과 경쟁해서 다단계 사업을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다단계로 전환을 구상해봤지만, 다단계의 경우 최고로 받을 수 있는 수당이 35%다. 평균적으로 25~28% 정도 수당을 받는다고 보면된다. 사업자들을 도저히 설득할 방법이 없다. 차라리 후원방문판매 시장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