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들의 처방>
다단계판매업계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며, 영업이 침체되었다는 말이 업계 전반에서 공통된 한숨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돌파할 해법은 아직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단계판매 시장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그리고 업계 부진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며, 이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들의 통찰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다단계판매=불법’이라는 막연한 인식
현재 다단계판매업계는 신뢰 부족과 변화 대응 미흡이라는 두 가지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의 부정적인 사례들로 인해 이미지가 손상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 부족은 다단계판매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인 중 하나다.
김상래 라라코리아인터내셔날 회장은 “과거 부정적 사례로 인해 업계 이미지가 손상되었고, 소비자 요구와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문제를 키웠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판매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어원경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부회장은 “다단계판매업계는 신뢰 자산을 축적하는 데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내부 정화뿐만 아니라 규제의 합리적 조정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다니엘 유니시티코리아 마케팅 본부장은 “법 규제로 인해 업계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새로운 유통채널과의 경쟁이 다단계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분석했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디지털 혁신 부족
디지털 도구와 플랫폼에 능숙한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하면, 업계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판매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김장환 트루진스 의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제품 정보와 보상 체계에 대한 투명성이 요구되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노재홍 매나테크코리아 대표는 “과거와 달리, 업계가 주도하던 화장품과 건강식품 시장은 대기업과 제약회사들로 포화 상태가 되었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온라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다단계판매업계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안중현 리만코리아 회장은 “현재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제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수정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판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판매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온라인화하고, 참여형 이벤트와 체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존 대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판매원 유입 감소도 업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현재 업계가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대면 중심 마케팅 방식이다. 이를 탈피하고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정병하 이사장은 “다단계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의 문제, 즉 부정적 인식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특히 취약하다. 2002년 공제조합 설립 이후 20여년간 이에 대한 지속적인 해소 노력으로 많은 부분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업계 발전에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가 고민하고 대응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정부 규제의 영향과 개선 필요성
다단계판매업계는 현재의 규제가 업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30년 전에 제정된 방문판매법은 시대 변화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는 업계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병훈 캘러리코리아 지사장은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규제산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성장 모멘텀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더 기울어진다면 과연 이게 공정한 것이고, 상식적인 것인지를 정부에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위민 한경수 변호사는 “지금의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거나 바람직한 시장질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그때그때 일회성으로 땜방 규제만 한다면 다단계판매업계가 성장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역할만 하게 되며 한 번씩 발표되는 보도자료에 숫자로만 표시되는 것 외에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장환 의장은 “후원방문판매의 등장과 법적 구분이 업계에 불공정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정위와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판매원 권익 보호
판매원들의 권익 보호는 그들이 규제의 대상이 아닌, 건전하게 성장하는 사업가로서 환경을 조성하는 데서 시작된다.
한경수 변호사는 “현행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을 보호하지만,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공정한 규정이나 불이익이 존재한다. 특히, 다단계판매회사마다 개별적으로 작성된 윤리강령은 약관으로 간주될 수 있어 불공정 약관 규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각 회사는 표준 윤리강령을 도입해 판매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와 판매원, 상위와 하위 판매원 간의 관계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중현 회장은 “판매원들의 권익 보호는 그들이 규제의 대상이 아닌, 건전하게 성장하는 사업가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조직 문화의 건강한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비즈니스에서는 판매원들이 자기 사업처럼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 시스템과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설계해야 하며, 제품의 차별화가 중요하다. 판매원이 자랑스럽게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해야 판매원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조직과 문화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단계업계의 위기는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법과 제도의 현실 반영’, ‘사회적 신뢰 회복’, ‘디지털 환경 적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단계업계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적인 전략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