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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가 불러온 ‘비만 치료제’ 개발 열풍

By 2024년 12월 20일No Comments

Info Desk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다이어트 비결로 입소문이 나며 미국, 유럽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지난 10월 15일에 국내 출시됐다. 주 1회 주사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꿈의 비만 치료제’로 불린다. 편의성과 효과면에서 그동안 출시된 비만 치료제보다 호평을 받고 있다. 위고비가 비만 관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으면서 제약·바이오업계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에디터 _ 최민호

국내 출시 직후 처방 대란

위고비는 2023년 4월 27일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국내에 제품이 출시되지 못했다. 해외에서 워낙 잘 팔려서 국내에 수입할 물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24년 10월 15일 드디어 국내 시장에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위고비’ 출시를 기념하며 론칭 심포지엄을 성대하게 개최했는데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는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대조로 68주 동안 진행된 3상 임상연구는 체질량지수(이하 BMI)가 27kg/㎡ 이상이면서 두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질환을 갖고 있거나, BMI 35kg/㎡ 이상이면서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질환을 갖고 있고 최소 한 번 이상 식이요법으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한국(18세 이상), 일본(20세 이상) 성인 환자 총 401명에게 위고비를 투약 후 관찰한 결과, 68주차에 위고비 2.4mg 환자군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13.2%, 위약군에서 -2.1%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사샤 세미엔추크 대표는 “오늘날 약 1,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비만병 영향을 받고 있고, 한국에서 비만병에 대한 부담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환자들에게 위고비 처방이 가능해져서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위고비 공급 가격은 한 펜(4주 분량)당 37만 2,025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판매가는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처방약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한 펜 당 80~100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위고비 판매가 본격화되자 식약처는 위고비 부작용과 오·남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출시 전부터 해외 직구 등을 통한 광고나 불법 판매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에서의 불법 판매나 광고 행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예고했다. 비대면진료 앱을 통해서 무분별하게 처방받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식약처는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 등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가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만큼 온라인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왜 ‘위고비’에 열광하나?

비만 치료제는 식욕억제제로부터 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뇌에 각성 효과를 주는 암페타민 성분이다. 하지만 암페타민 등은 대부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복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중독, 흥분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후 수많은 연구로 개량된 약물이 출현했지만, 뇌에 자극을 낮췄을 뿐 부작용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다 2014년 노보 노디스크제약이 개발한 주사제 형태의 ‘삭센다’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삭센다의 주요 성분은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로 원래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뇌의 식욕을 조절하는 부위에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식욕을 떨어뜨려 칼로리 소비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능이 입증돼 비만 치료제로도 사용되기 시작됐다. 삭센다는 기존의 경구용 제제와 달리 주사제 형태로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획기적으로 줄여 호평을 받았다.

위고비는 삭센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삭센다는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이라서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이어서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 게다가 위고비는 15%의 높은 체중 감소율이라는 수치를 보여줬다.

토종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 개발 박차

위고비 열풍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독자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4년 11월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굴한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은 ‘식욕 억제’와 ‘지방 연소’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 비만약’이다. GLP-1과 GIP는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 상승을 막고,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도우면서 동시에 지방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지방 대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 대웅제약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면서도 저분자로 이루어진 ‘경구용 이중 작용제’ 개발을 통해 기존 치료제들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할 계획이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GLP-1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 GLP-1 및 GIP 작용제인 ‘터제파타이드’ 등 인크레틴 기반의 약제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들은 경구 복용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모두 주사제 형태다. 이에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주사해야 하는 불편함과 통증뿐 아니라, 주사 치료에 대한 피로감과 심리적 부담까지 겪게 돼 치료 순응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의 치료 만족도와 순응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경구용 약물’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이번 신약 물질 특허로 인해 대웅제약은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만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6년 하반기로 설정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디지털 치료제를 결합한 형태의 ‘국내 1호 디지털 융합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목표에 맞춰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 비만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게 특징이다.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Slow Absorption 방식’을 통해 위장관계 부작용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 경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수입 제품과 달리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고 경제적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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