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Marketing

“어라? 나도 모르게 샀네!”

By 2024년 09월 24일9월 25th, 2024No Comments

마케팅 읽어주는 남자 ④ 넛지 마케팅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갔는데, 팝콘과 오징어를 사 먹었던 경험, 치약을 사러 갔는데 칫솔까지 샀던 경험,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계산대 근처에 진열된 껌을 산 기억…. 이처럼 물흐르듯 의식의 흐름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넛지 마케팅(Nudge Marketing)’이라고 한다. 소비자에게 구매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부드럽게 이끄는 힘이다. 유통업계의 넛지 마케팅 현장을 들여다봤다.

에디터 _ 두영준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을 아십니까?
그동안의 마케팅이 상품의 특성을 강조하고 소비자가 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었다면, 소비자가 선택함에 있어서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넛지 마케팅’이라고 한다. 넛지라는 단어가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준다는 것이다.
넛지 마케팅은 행동 경제학 개념인 ‘넛지 이론’에서 비롯되었다. 이 이론은 환경과 디자인의 미묘한 변화가 사람들을 특정 결정으로 이끌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경제학자리처드 H.탈러와 캐스 R. 선스타인에 의해 대중화되었으며, 마케팅 심리학의 한 부분이 되었다.
유통업체들은 넛지 마케팅 기법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 예를 들어 간단한 세일 행사를 활용해 넛지 마케팅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마케팅 기법은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가볍게 자극하여, 판매 증가와 원활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직접판매업계의 경우 1+1, 2+2와 같은 프로모션이 넛지 마케팅에 해당할 수 있다.
대표적인 넛지 마케팅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있는 파리 그림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사람들이 파리를 보고 집중하며 소변을 보면서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 줄었다고 한다. 그저 그림을 그려놓은것만으로도 소변이 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한 것. 다만 여기서 ‘파리 그림을 맞추라’는 문구가 있다면 이것은 넛지가아니다.

호날두 VS 메시…투표는 담배꽁초로
환경 자선단체인 허버브(Hubbub)는 지난 2015년 흡연자들이 다양한 스포츠 질문에 투표할 수 있는 대형 상자를 설치하여 런던 중심부의 쓰레기양을 줄이는 독창적인 캠페인을 시작해 화제가 됐다. 이를 통해 길거리나 하수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성공적으로 친환경적인 넛지 마케팅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표함에는 ‘호날두와 메시 중 전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적어놓고 담배꽁초를 집어넣어 투표하는 방식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비흡연자라도 담배꽁초를 주워서 투표를할 것이다. 이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진행된 데다 질문이 매주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비누에 포장된 장난감, 아이보다 부모가 더 좋아하는 이유
위생 시설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이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는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손을 씻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 세계 부모들은 모두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이에 비영리 단체 Safety Lab, Dare to Share, Blikkiesdorp4Hope가 협업해 비누안에 장난감을 포장한 ‘Hope Soap’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는 비누 안에 장난감을 포장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손을 씻도록 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특정 지역에서 위생 상태가좋지 않아 발생하는 장티푸스, 설사, 콜레라, 폐렴과 같은 질병의 높은 발병률을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손을씻는 것은 개인위생을 유지하고 이러한 질병의 확산을막는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비누 안에는 자동차,인형, 헬로키티 등 다양한 장난감이 들어있다.

비누에 포장된 장난감

보험회사에서 쌀을 판다고?
삼성생명이 지난 2021년 마켓컬리를 통해 출시한 유기농 햅쌀 ‘삼성생명미(米)’도 넛지 마케팅이다. 삼성생명미는 유기농 백미, 귀리, 잡곡(보리5곡) 각 450~500g씩 1.45kg이며,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개별 포장되어 사용이 간편할 뿐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각 쌀의 독특한 이름또한 눈길을 끈다. ‘일당백미’, ‘든든플러스귀리’, ‘올인원잡곡’은 삼성생명의 인기 상품인 ‘New종합건강보험 일당백’, ‘든든플러스 종신보험’, ‘New올인원 암보험’에서 각각 따왔다. 라벨 옆면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각 상품의 상품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게 하면서 쌀을 통해 자사의 보험을 홍보하는 넛지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미 판매 금액의 일부를 지역아동센터 식비 지원에 사용하면서 의미도 더했다.

노래가 나오는 피아노계단을 밟아보세요
“계단으로 가야 건강해집니다”, “계단을 밟으면 음악이 나옵니다.” 당신이라면 어디로걷겠는가? 지난 2009년 폭스바겐은 지하철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개조했다. 계단을 올라가면 소리도 나고, 불빛도 반짝이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해 걷기 시작했고, 계단 이용률은 66%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이 역시 넛지 마케팅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도 피아노계단이 있다. 통영시명정동은 한때 불모지와 같았던 버려진 서호벼락당 언덕에 피아노계단을 완성했다. 이는 2017년 3월 국내에서 처음 제작한 반음계 센서가 포함된 5옥타브의 계단으로 실제 연주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서호벼락당은 1999년 집중호우로 사면이 붕괴되어 일가족 4명이 매몰된 아픈 기억의 장소였으나, 이곳에 음악이라는 희망을 주민에게 선물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과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인 통영에 걸맞게 200년된 후박나무를 배경으로 높은음자리표 계단을 따라 걷다보면 동백꽃잎으로 물들인 피아노계단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호벼락당의 피아노계단

직접판매업계의 넛지 마케팅은?
직접판매업계의 대표적인 넛지마케팅은 할인프로모션, 교육, 인센티브 트립 등이 있다. 교육을 통해 제품의 특장점을 이야기하기도하지만 인생역전 스토리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업참여를 유도하거나 인센티브트립을 통해 ‘일하면서돈도 번다’는 장점을 부각하기도 한다. 특히 교육을 통해 밑천이 없어도, 가방끈이 짧아도, 몸이 조금 불편해도,조금 늦게 시작해도 맨주먹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고 실제로 사업에 참여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사업자들이 나오고 있다. 또, 산업에 참여하는 성비가 여성 7, 남성이 3 정도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살림과 육아 등 바쁜 와중에도 부업으로 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덕분에 이 산업이 많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이프웨이브는 창사 이래 5년 마다 크루즈를 통한 특별한 인센티브 트립을 가고 있다.
리만 타이완 사업자 대상의 인센티브 여행 프로그램 ‘리만 타이완 리트리트’

인센티브 트립을 떠나는 모습이 부러워 사업을 결심하는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인센티브 트립 현장에 가면, 공항에서부터 많은 사업자들이 시끌벅적거리며 들떠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다.
인센티브 트립은 단순히 사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같이 공연도 하고 서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소속감을 갖게 하고,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든다고 한다. 매일 사람을 만나고 사업에 대한 얘기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잠시 사업을 뒤로 밀어두고 여행을 간다니 그 해방감이 주는 활력의 에너지는 엄청나다.

시음행사 역시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넛지 마케팅의 일환이다. 직접판매업계에서는 한국허벌라이프가 마라톤대회, 요가·필라테스 수업 등에서 시음대회를 열었다. 한국허벌라이프는 지난 7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2024 한강나이트워크42K’ 행사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참가자 전원에게 대표 단백질 제품인 ‘프로틴 바 디럭스’를 제공했다. 또한 걷기 코스 내 행사 부스를 마련해 시음행사를 진행하고 이벤트를 통해 ‘건강한 아침식사 프로그램’을 증정하는 등 참가자들의 건강한 완보를 응원했다. 시간대별로 다채로운 한강 야경을 즐기며 추억을 쌓을 수 있어 2030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1만 4,000여 명이 함께했다.
지난 5월 22일에는 성수동 ‘공간 와디즈’에서 ‘2024 허벌라이프 웰니스데이’도 진행했다. ‘허벌라이프 웰니스데이’는건강하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기 위한 한국허벌라이프의 소비자 참여 행사이다. 2030 소비자들을 겨냥해 성수동에서 개최됐으며, 인플루언서 및 고객과 디스트리뷰터까지 총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필라테스 강사로 유명한 홍민아 강사의‘요가테스(요가+필라테스)’ 세션이 마련됐다. 홍민아 강사는데일리 루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작을 행사 참가자들에게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 요가테스 세션 이후에는 허벌라이프 ‘Formula1 건강한식사’를 비롯한 허벌라이프 제품들을체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쉐이크를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24 허벌라이프 웰니스데이의 요가테스 세션
토탈스위스코리아의 무제한 무료 시음회

토탈스위스코리아 역시 지난 3월 21~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를 통해 ‘핏솔루션 건강박람회무제한 무료 시음회’를 개최했다. 3일간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토탈스위스코리아는 대표제품 핏솔루션(Fit Solution)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누구에게나무제한으로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참관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3일간 제공한 핏솔루션은 누적 2만 잔 이상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제품을 시음한 여러 참관객들이 제품을 현장에서 구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넛지 마케팅은 특정 행동을 유도하지만 직접적인명령이나 지시를 동반하진 않는다. 똑똑한 고객의 구매 욕구를 슬쩍슬쩍 찌르는 마케팅 활동으로 기업을 똑똑한 고객에게 가까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하지만 부드럽고 소비자 선호도를 이끄는 넛지 마케팅.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까지 가미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케팅 기법이 될 것이다.

특정 행동을 유도하지만 직접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동반하지 않는 넛지 마케팅은 고객의 구매 욕구를 슬쩍슬쩍 찌르는 마케팅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가까이 갈 수 있게 한다.

공유하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