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Check
고성장세를 지속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2010년대를 넘어오면서 건강기능식품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셀프 메디케이션(건강을 챙기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현상)’ 트렌드가 유행하며 시장은 두 자릿수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 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에디터 _ 최민호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 기록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04년 건강기능식품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2023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판매실적은 4조 919억 원으로 전년(4조 1,378억 원) 대비 1.9% 감소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실적은 지난 2018년 2조 5,221억 원(12.7%↑), 2019년 2조 9,508억 원(17%↑), 2020년 3조 3,254억 원(12.7%↑), 2021년 4조 321억 원(21.3%↑)으로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2년 4조 1,3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 성장으로 주춤하더니 2023년에는 4조 919억 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015년 백수오 파동에도 성장했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처음으로 역성장 한 것이다.
2022년부터 건강기능식품 성장률이 둔화된 원인으로는 경기침체와 엔데믹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건강기능식품 생산·판매업체가 급격히 증가하며 경쟁이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591개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이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증가율 2.4%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업체들이 여전히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마이너스 성장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4조 919억 원의 판매실적 중 내수 시장은 3조 7,677억 원으로 전체의 92%에 달한다. 반면 수출은 3,242억 원으로 8%에 불과하다. 판매실적 중 내수 시장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마이너스 성장이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 침체는 대표 제품군의 동반 하락에서도 엿볼 수 있다. 홍삼과 프로바이오틱스는 그동안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이끌어 온 대표 제품군이다. 하지만 2022년부터 두 제품군 모두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9,848억 원으로 13년 만에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홍삼은 2023년에도 8,9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프로바이오틱스도 6,755억 원으로 전년(6,977억 원) 대비 3.2% 떨어졌다. 두 제품군 모두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개별인정형도 2022년 8,511억 원을 기록하며 0.5% 증가에 그치더니 2023년에는 7,4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다.
직접판매산업에도 악영향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정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약, 식품, 유통 업체들이 제품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시장의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경쟁자만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농심, 풀무원, CJ, 삼양식품, 신풍제약, 대원제약, 한독 등이 새롭게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기업을 분할시켜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시한 제품 대부분은 기존의 제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 변별력은 없는데 제품 숫자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이 정착돼 중소 업체들도 너도나도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식약처에 등재된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고시형 102종, 개별인정형 345종을 합쳐 447종에 달한다. 언뜻 보면 많아 보이는데 제품의 70%는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오메가3 등에 몰려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건강기능식품 생산·판매 실적이 집계된 이후 거의 변함이 없다.
건강기능식품은 국내 직접판매산업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직접판매산업이 기틀을 잡을 당시 건강보조식품이 70% 이상을 점유했다. 지금도 건강기능식품은 직접판매시장의 주력 제품군이다.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도 두 시장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건강기능식품의 주 소비층은 노년층이 아니다. 20~30대를 아우르는 MZ세대의 구매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직접판매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편승해야 한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MZ세대를 타깃으로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건강 카테고리 구매 고객 중 20~30대 비중은 GS25의 경우 62%, CU가 87.4%에 이른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타민C, 에너지부스팅 관련 상품군의 인기가 많다.
여기에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형태에서 벗어나 일반 식품이나 음료 형태로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맛과 포장 방식 등 다양한 기준의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것이다. 스무디, 바, 젤리, 건강 음료 같은 제형과 콘셉트의 건강기능식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직접판매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노년층이다 보니 아직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근 오쏘몰 등 이중 제형 제품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박을 터트린 것처럼 시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이 성장하려면 경계를 허물어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