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소수 집단의 작은 트렌드, 틈새 그룹의 열정적 취향이 소비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가 그것이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브랜드 스토리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윤리 등을 따져 가치 중심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의 소비 패턴과 맞물려 점점 확산되어가는 모양새다. 주류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맞춤형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의 다양한 소비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에디터 _ 전재범
신념대로 소비한다 – ‘가치 소비’
브랜드나 광고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가치 소비’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치 중심 소비는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와 윤리 등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취향과 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비건(Vegan)’이 있다. 비건은 채식주의에서 파생된 단어로 육식을 모두 거부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육류를 포함해 생선, 우유, 달걀,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모두 거부하며 식물성 식품만 섭취한다. 비건은 식품에만 한정되지 않고, 화장품 등을 고를 때에도 성분과 제조과정을 까다롭게 따져본다. 비건 화장품은 일체의 동물성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성분개발 과정에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뜻하는데, 비건 화장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도 비건 상품을 앞 다투어 내놓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리서치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약 6.3%씩 성장했다. 또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도 2013년 1,600억 원 수준에서 2022년 5,700억 원까지 4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2025년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를 단순히 사회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 채널로만 보는 것은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SNS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MZ세대가 부흥시킨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비는 온라인 쇼핑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온라인 쇼핑은 내가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쇼핑앱을 통해 검색해 직접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반면, 소셜 커머스는 소비자가 이전에 구매하거나 관심을 보였던 제품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그 소비자가 관심을 보일 만한 제품에 관한 정보를 모바일을 통해 전달한다.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으로 인해 소셜 미디어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업계는 계속해서 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인 밀리언 인사이트(Million Insights)는 ‘소셜 미디어 광고 시장 규모, 점유율 및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소셜 미디어 광고 시장은 2020년 1,032억 달러에서 2028년 2,626억 2,0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자가 크게 성장함에 따라 소셜 미디어 광고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 광고는 자동차부터 금융 서비스, 소매, 통신,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소셜 미디어 소비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올리기 때문에 트렌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쉽게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으며, 접근성이 좋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아이템 – ‘맞춤형 제품’
남들이 다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개인화 맞춤형 제품들도 인기다. 물론 ‘맞춤’이라는 키워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MZ세대를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개인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가 많아지며 맞춤형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일부 MZ세대는 명품보다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물건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명품 브랜드의 제품은 언제든 원하면 살 수 있지만, 맞춤형 제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같은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량생산으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대기업은 제품에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여러 옵션을 추가시키며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소매업도 맞춤형 소비 트렌드에 발을 맞췄다. 지갑, 수첩, 시계 밴드 같은 아이템을 원하는 디자인과 색, 가죽을 선택해 직접 만들 수 있는 가죽공방 등이 생겨나며 MZ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과 효능을 넣어 제작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도 속속 등장해 MZ세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원하는 것은 과감하게 – ‘플렉스(Flex) 소비’
최근 SNS를 통해 과감한 소비를 즐기는 MZ세대들의 ‘플렉스(Flex) 소비’가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명품 제품과 호캉스를 즐기고, 한 끼 식사에 수십만 원 수준의 오마카세를 즐긴다. 일부는 생활 수준에 맞게 즐기는 것일 수 있지만, 다른 일부는 본인의 소득 수준에 맞지 않게 플렉스 소비를 한다. MZ세대 명품 소비에는 ‘가성비’와 ‘플렉스’라는 이중적 성향이 공존한다. 간단히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는 가성비 있는 버거를 찾기도 하고, 근사한 데이트를 할 때는 몇만 원짜리 프리미엄 버거를 먹기도 한다.
지금의 MZ세대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지만 취업은 가장 어려운 세대라고 말한다. 이러한 좌절감이 플렉스 소비의 형태로 나타나 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학계에서는 MZ세대들의 플렉스 소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이 개발한 최적 포트폴리오 이론으로도 MZ세대가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과소비를 하는 현상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플렉스 소비를 즐기는 MZ세대들을 향한 기성세대들의 눈초리는 따가운 실정이다. 하지만 플렉스 문화는 상황에 따라 변주를 거듭해 젊은이들이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내면서 SNS로 자랑하거나, 기부에 앞장서는 아티스트를 호응하고 응원하는 등 긍정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