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추위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괴로움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건조함. 날씨가 추워지면서 무분별한 난방으로 건조한 실내 공기가 더욱 건조해져, 비염, 피부건조, 아토피, 안구건조증 등을 앓는 사람은 더욱더 고통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가습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습기는 잘 쓰면 건조한 실내 공기로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주고, 온도가 낮아도 추위를 덜 느끼게 되므로 겨울철에 자주 사용하는 인기품목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가습기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 잘 쓰면 좋지만 잘못 쓰면 건강을 위협하는 가습기에 대해 알아봤다.
정수기물 사용 시 곰팡이·잡균 생길 수 있어
집에 정수기가 있다거나 사무실에 정수기가 있다면, ‘정수기물이 깨끗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정수기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수기물을 가습기에 사용한 후, 아토피 피부염, 폐렴에 걸린 사례가 있어 가습기에는 수돗물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가습기에 표기된 주의사항에는 “정수기의 물, 미네랄 워터, 알카리 이온수, 오염된 물 등을 넣으면 곰팡이와 잡균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하다.
정수기물을 사용하면 세균이 잘 번식하는 이유는 정수기의 소독방식 때문이다. 정수기물의 경우 지나친 소독으로 인해 모든 성분을 제거하고, 수돗물의 경우 미생물, 세균 등을 없애기 위해 염소소독제를 사용해 세균 번식을 방지할 수 있다. 정수기물에는 이런 소독성분마저 모두 제거해서 세균 번식이 더 쉬워진다.
실제로 한 TV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똑같은 가습기 2대를 한 대에는 수돗물, 한 대에는 정수기물을 받아 놓고 사흘 동안 동일한 조건 하에 둔 후 세균과 진균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수돗물을 담았던 가습기에서는 인체에 무해한 극소량의 세균이 검출됐지만, 정수기물을 담았던 가습기에서는 피부질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균이 다량 검출됐다.
또한 정수기물에는 미세한 미네랄과 불순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가습기에 사용하면 물이 증발하면서 미네랄이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가습기 내부에 축적될 수 있다. 이는 ‘백분 현상’이라고 불리며, 흰 가루가 가구나 주변 환경에 쌓이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가습기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 물탱크와 내부를 정기적으로 세척하여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홍조, 안구건조증 예방에도 도움돼
가습기는 안면홍조, 안구건조증 등에도 도움이 된다. 안면홍조는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 페경 등 호르몬의 변화, 음식이나 약제, 음주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유난히 더 심해지는 안면홍조는 갑작스러운 온도변화가 주원인으로, 외부활동을 하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얼굴 피부의 혈관이 체내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게 되고 이로 인해 피부 조직의 모세혈관이 탄성을 잃어버리고 늘어지며 약해진다. 여기에 갑자기 혈액이 몰리게 되면 약해진 혈관들이 파열되고 일시적인 홍조뿐만 아니라 만성적으로 붉어지는 안면홍조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니 겨울철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의 온도를 18∼20도로 서늘하게 유지하고 가습기를 통해 습도를 조절하며, 뜨거운 물 샤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8잔 이상의 수분 섭취와 자극적인 음식과 술, 담배 등을 줄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겨울철이 되면, 건조한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이물질이 쉽게 달라붙어 각막염과 같은 각막 손상으로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무엇보다 겨울철 히터는 눈의 수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온풍기의 바람은 직접 쐬지 않는 것이 좋고, 겨울엔 가습기를 틀어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안구건조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공눈물을 넣거나 물을 자주 마셔 눈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식이요법으로는 오메가3와 지방산 등 미세 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견과류나 푸른 생선, 비타민A, B, C가 풍부한 블루베리와 당근, 현미 등의 섭취가 도움이 된다.
가습기의 역할과 올바른 사용법
가습기는 실내 공기 중 습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적정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되며, 이는 호흡기 건강을 개선하고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알레르기 환자에게 적절한 습도는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다.
적정 습도는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고, 실내 가구와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데도 기여한다. 그러나 과도한 습도는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의 번식을 촉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습기는 바닥보다는 약간 높은 위치에 두는 것이 좋다. 바닥에 놓을 경우 습기가 고일 수 있고, 가구 위에 두면 물방울이 튀어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벽에서 최소 30cm 이상 떨어뜨려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습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실내 습도가 충분히 올라갔다면 가습기를 잠시 꺼두는 것이 좋다. 스마트 기능이 있는 가습기는 자동으로 습도를 조절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습기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최소 2~3일에 한 번은 청소하며, 제조사의 권장 방법에 따라 세척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 성분의 안전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살균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물과 식초를 활용한 자연적인 소독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필터가 있는 가습기는 정기적인 교체가 필수다. 오래된 필터는 오염물을 축적해 가습 효과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습도가 너무 높아지면 곰팡이와 집먼지진드기가 증가해 천식이나 알레르기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공기 중 세균과 바이러스를 방지하기 위해 실내 환기를 자주 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은 공기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가습기에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가습기 대신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디퓨저는 에센셜 오일 전용으로 설계되어 안전하게 향을 확산시킨다. 다만 일부 가습기는 에센셜 오일 사용이 허용된 모델이 있어 설명서를 확인하거나 제조사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아이와 반려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가습기의 경우 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는 봄, 여름 동안에는 보관 전 깨끗이 세척한 뒤 완전히 건조시켜 보관해야 한다.
가습기 종류와 선택 팁
가습기는 초음파식, 가열식, 복합식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초음파식 가습기는 전력 소비가 적고 소음이 적지만, 세균 번식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반면,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므로 세균 문제를 줄일 수 있지만 전력 소모가 크다. 복합식 가습기는 두 가지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으로, 사용 환경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습기는 겨울철 건강 관리에 중요한 도구이지만, 올바른 사용과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적정 습도를 유지하고, 안전한 물을 사용하며,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등의 기본적인 관리만으로도 가습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특히 가습기를 구매할 때는 자신의 생활환경과 필요에 맞는 제품을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영준 기자endudwns99@naver.com